40대 한의사 A 씨가 9살 된 둘째 아들 C 군을 데리고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한 건 지난 2014년 11월입니다.
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서입니다.
자신을 일용직 노동자라고 소개한 A 씨는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아들의 신분을 속였습니다.
아이 엄마가 도망간 상황이라 한국에서 자리를 잡는 대로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A 씨는 홀로 귀국했습니다.
아이를 맡기는 대가로 3천5백만 원을 냈지만, 자신의 연락처와 아이의 이름 모두 가짜였습니다.
이국땅에 4년 동안 버려진 C 군은 조현병을 앓고 있었습니다.
필리핀에서 지내는 동안 증세는 더 심해졌고, 처음 맡았던 선교사가 귀국하면서 캐나다인이 운영하는 다른 시설로 보내졌습니다.
부모를 찾을 유일한 단서는 C 군이 기억하고 있던 우리나라 어린이집과 사찰 이름.
알고 보니 A 씨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필리핀에 오기 전 1년씩 맡긴 곳이었습니다.
당시에도 아이를 되찾아가라고 두 시설이 여러 차례 연락해서야 부부는 아이를 데려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.
4년 만에 귀국해 보호시설에 맡겨진 C 군의 조현병 증세는 심해졌고, 한쪽 눈은 실명까지 하고 말았습니다.
C 군은 또다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며 부모에게 돌아가길 완강히 거부했습니다.
C 군의 부모는 아이를 사찰에 보낸 건 불교를 좋아해서고, 필리핀에 보낸 건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라며 아이를 버린 건 아니라고 진술했습니다.
검찰은 아동 유기와 방임 혐의로 아이의 아버지를 구속하고, 어머니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.
취재기자 : 차상은
촬영기자 : 전재영
자막뉴스 : 육지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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